스스로를 끝없이 무너뜨리는 슬럼프
2024년은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었던 한 해였다. 캐나다에 정착한 지 5년, 6월 25일은 그 긴 여정의 한 구간을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어쩐지 마음이 붕 뜨고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해야 할 일들이 없어진 것도 아닌데, 무언가를 향해 달리던 발걸음이 멈춘 느낌이었다.
‘이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은 느슨해지고, 몸도 점점 게을러졌다. 이사 전까지 꾸준히 해왔던 유산소 운동도 어느새 멈췄고, 그 결과 배는 불룩 튀어나오고 무릎은 아프기 시작했다. 숨쉬기도 힘들고, 편두통은 점점 심해졌다. 가슴 한켠이 답답하게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정확히 6개월.
그 긴 시간을 나는 거의 허비했다. 자기 계발을 위해 결제해둔 전자책도 펼치지 않았고, 듣기로 했던 강의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유튜브 영상에 빠져 하루를 보냈다.
'쉬고 싶다'는 핑계는 점점 '게으름'이 되었고,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은 '포기'로 변해갔다. 가족에게 집중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재택근무 중 아이들이 방해하면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했던 12월, 그래도 쉽지 않았다. 블로그에 쓸 이야기는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막상 키보드에 손이 가지 않았다. '해야 한다'는 생각만 반복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흔히 '역이민'병에 걸리면 자기 상황과 비슷한 글과 영상만 찾아보면서 상황을 합리화 시킨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딱 그랬던 것 같다. 정말 '이정도 해냈으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과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아직 여기인가' 하는 열등감도 들었던 것 같다. 아내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중,고등학교 때 고민했던 생각을 던졌다.
직장 다니면서도 겪어보지 못한 느낌. 이것이 '슬럼프'구나 싶었다.
슬럼프 벗어나는 법
슬럼프는 누구나 겪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나 극복한다. 그게 언제가 될지가 문제.
슬럼프라는 것을 나 처럼 늦게 인지한다면 꽤나 빠져 나오기 힘들지도 모른다. 슬럼프에 들어섰다는 것은 이미 패턴이 무너 진것이기 때문에 급격하게 바뀐 주변 환경은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루틴을 짜거나, 예전 루틴을 회복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사람은 목표가 있으면 동기가 생기고 활력이 생기니 작은 목표를 다시 정해보는 것도 좋다. 나는 2025년 새해라는 이유로 새해목표라는 핑계로 슬럼프에서 탈출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글을 쓰듯 어딘가에 털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 행위 하나만으로 조금은 귀찮은 일을 해냈으니, 천천히 나아갈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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